왜 모든 것이 경제일까?

 10년 전 일어났던 IMF 이후, 국민들은 더욱 경제를 외치게 되었고 결국 자신이 박정희이기를 원하는 경제대통령을 뽑았다. (나는 뭐, 투표를 안 했으니 할 말은 없다.) 이누마, 경제는 꼭 살리그라잉 한마디를 외치며 그래도 경제만은 살리겠지 하는 희망으로 화려한 경력의 전 CEO가 출범했었드랬다. 현재 한국은 국제적 외환위기 속에서 누군가 흔들어놓은 원화 덕택에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나도 안다. 이 국제적 외환위기가 그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을. 언론을 제대로 장악할 힘도 없고, 사람들을 제대로 속여넘길만큼 똑똑한 사람도 아니기에 그가 이 외환위기의 뒤에 서 있다느니 하는 음모론은 생각조차도 할 수 없다. 그는 그저 다만 멍청할 뿐이니. (참 우스운 것이, '그는 그저 다만 멍청할 뿐이니'이 한문장을 몇번을 지웠다 썼는지 모른다. '나 잡혀가면 어떻게 해?' 이런 생각이 머리 속에 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질러봤다.)


그런데 왜 모든 것이 경제인가?

 지난 IMF 이후로 조올라게 힘들었던 사람들은 이제 좀 잘 살아보자면서 경제를 살리자고 소리친다. 경제가 힘들수록 그 한파를 정면으로 받아내는 서민들도 그 중심에 있다. (나도 빚 많은 저소득층이니 이 체감경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뭐 지금 상태에서 대통령 하나가 잘하면 다들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천만에.
원화 가치가 정상을 되찾고 국제적 외환위기가 사그라들며 GDP래느니 뭐래느니가 높아지면 우리 모두 다 잘 먹고 잘 살 것 같아? 천만에.
각종 경제지수들이 높아지면 좋을 것 같아? 천만에.

 '수치'는 수치일 뿐이다. 숫자는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혹 내가 여기서 행복이란 숫자나 돈에 달린 것이 아니라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이야기를 하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물론 행복은 마음먹기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행복까지 가기엔 멀다.

 GDP 수치든 뭐든 경제 수치가 높아져도 현실은 여전히 시궁창이다. 많이 벌기 위해서는, 아니 그저 직장에 붙어있기 위해서는 회사의 눈치를 보며 야근을 해야 하고 저녁이라도 제공해주면 좋은 회사다. 그나마 받는 돈도 천차만별이다. 학벌에 따라, 하는 일에 따라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나마의 최저임금도 한달을 살아가기엔 턱없이 부족할 뿐이다. 그래, 나만 해도 먹여살릴 식구가 있고 빚이 있지 않는가. 게다가 정당히 일한 대가를 받는 것인데, 노동력과 돈을 물물교환하는 것일뿐인데도, 사용자는 돈을 주면서 생색이고, 나는 노동력을 주면서도 생색을 낼 수가 없다.

 지금 그냥 경제만 생각하며 달려간다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못사는 사람은 여전히 입에 풀칠하기도 전전긍긍할 것이고 잘 사는 사람은 마냥 잘 살고, 또 그 중에는 내는 세금이 아까워 탈세를 할 것이다. 어떤 영웅이 갑자기 나타난다고 해도 경제'만'을 생각한다면 무리다. 가난은 나랏님도 어쩔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사실 한국은 근간이 없는 나라다. 여기서 말하는 근간이라는 건 유구한 역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만을 목표로 한 빠른 성장으로 인해 천천히 쌓아갔어야 할, 흔히 말하는 개념이 마비되어 있다. 나는 지금 무엇이 옳은 것인지 모른다. 왜 내가 하는 행동이 어리석고 바보같은지 모른다. 아직도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대통령을 나랏님이라고 하면서 세습되어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대통령은 임금이다. 민주주의가 무언지도 모르고 경제보다 중요한 것이 무언지도 모르고, 아니 경제 말고는 무엇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천지에 깔렸다. 우리는 시간을 들여 한계단 한계단 밟아야 할 계단을 밟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까 '진짜 경제'를 위한다면 경제가 아닌 다른 것에 눈을 돌릴 때도 되었다. 경제라는 게 올바른 원리에 의해 돌아가야 경제인 것이지, 뭔지도 모르는 원리에 의해 돌아간다면 그것은 어쩌면 정치가 될 수도 있다. (또, 한사람이 아닌 다수가 올바른 개념을 탑재해야 한다. 세상은 1%의 엘리트가 이끌어간다고? 그래, 그 1%의 엘리트가 일을 망칠 수 있다. 그러나 또한 99%의 평범한 사람들도 일을 망칠 수 있다. 실제로 이명박을 뽑은 것이 다수의 우리들이잖아?)

 잠깐 딴 소리를 했지만, 그러니까 결국 경제도 다른 것들이 함께 해야만 제대로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경제, 경제만을 외치는 각박한 세상이라니. 그렇게 흘러간다면 아무리 경제1위 대국이 되어도 우리들은 여전히 불행하고 절망적이며 시궁창같은 현실에서 살 것이다.
 나는 사실 이런 글 따위 쓰고 싶지 않다. 결국 지금 현실이 엿같다는 이야기이고 그러니까 힘을 내, 그러니까 희망을 가지자, 그러니까 앞으로 좀 잘 해보자 따위의 결론밖에 나지 않잖는가.
 어쨌든 미래에는 희망이 있는지 모른다. 아이들은 점점 더 논리적이 되어가고 있고... 현실은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없으니까? 글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언제나 바닥보다 더 낮은 바닥이 존재한다. 그러니까, 뭔가 희망이 없다.

by 천기누설 | 2009/01/05 12:36 | Life suck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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