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21일
게시중단요청, 그 마법의 블라인드
아는 사람들은 나를 자칭 파워블로거라고 알고 있지만(정녕?), 이것은 하루죙일 웹서핑만 해대는 근무행태에 대한 자아비판(?)적 헛소리다. 아아, 이쯤에서 개그는 집어치우고 공식적으로 나는 신생 포탈 사이트의 관리를 맡고 있다. 그러하다보니 하는 일은 늘 게시판 글 둘러보는 일이고 그것들을 정리, 삭제, 수정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다.
현재는 고객센터 작업으로 인해 자주 묻는 질/답 작성에 이어 권리침해 관련 기사를 수집하고 있다. 사실 한달전부터 하고 있는 일이지만, '관련 기사'라는 것에는 끝이 없어 지금은 주로 구글 뉴스 알리미 기능을 이용하여 메일로 날아오는 기사나 들춰보는 정도이다. (최근에는 미네르바 기사로 하루에 몇십통의 구글 알리미 메일이 날아오고 있다-_-) 그런데 이 작업을 하면서 참으로 애매하고 껄쩍지근한 것이, 모든 포탈들이 그러하듯 우리 사이트 역시 네입허를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운영 형태나 모습들이 그들을 닮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감성운영 운운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네입허의 권리침해 관련 신고를 다루는 행태가 똑 닮았다는 것이다.
이글루스에서는 오늘즈음 와서야 명예훼손/비방으로 신고시 이오공감에서 글이 내려지는 행태가 이슈화되었지만, 이런 것은 다른 포탈에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글루야 비교적 개인적인 블로그 전문 사이트이기에 글이 신고되면 공론화되는 이오공감에서 내려가는 것에 그치지만, 다른 포탈들은 그렇지가 않다. 권리침해 관련으로 일정한 절차를 거쳐 신고하기만 하면 그 글의 유/무죄 여부는 관계없이 일단 해당 글 게시중단 조치에 들어가며 그 30일 안에 게시자의 재게시요청이 없다면 30일간 이슈에서 벗어나 블라인드 처리가 된다. 이는 네입허의 이야기로 당므같은 경우는 또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네입허의 이러한 방안은 계속해서 문제시되어 왔지만, 워낙 많은 글이 올라오고 그 글을 하나하나 검사할 수 없는 입장에서는 시스템상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사실이 그렇기는 하다. 그 많은 글을 하나하나 다 읽어볼 것도 아니니 대충 로봇을 돌리거나 사람들의 신고를 바로바로 적용하는 것이 고객 상대하는 포탈회사로서는 어찌보면 틀린 결정은 아니다. 포탈이 어떤 한 유저의 개인 홈페이지도 아니고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하는 그야말로 '포탈' 사이트이기 때문에 회사에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다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좀 복잡함) 그러나 개인정보 침해 같은 경우 비교적 간단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반면, 저작권 침해나 명예훼손의 경우는 설사 그 글들을 다 본다고 할 지라도 관리자 한 사람의 잣대로 판단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된다. 대부분의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이 포탈을 통할 뿐만 아니라 "포탈-언론 중재법 적용"등의 기사만 보아도 포탈도 하나의 회사라고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포탈의 입장에서야 '우리는 회원들이 짱이야. 우리는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어.' 라고 하지만, 이 말들에 안타까움을 표할 수는 있어도 쉽게 수긍하고 포기할 수는 없다. 나는 내 의견을 게시했을 뿐인데 웬 또라이가 명예훼손이야!! 라고 하면 그에 대한 시시비비를 떠나 그냥 30일간 블라인드 처리되고 마는 걸. (물론 내가 재게시요청을 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게시중단요청과 재게시요청의 무게감은 상당히 다르다.) 이게 유저들 입장에서 보면 법적인 처리를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이미 포탈은 너무 커버렸으니까.
뭐, 무죄추정의 원칙을 좀 지켜달라는 이야기를 하기엔 이 나라는 인권에 너무 눈이 어둡고. 나도 내 포탈 사이트라도 저런 식으로 안 가게 하려니 방법도 없고 힘도 없다. 저번에는 거대 포탈들끼리 모여 이런 사안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내놓을거라고는 했지만, 언제 나오게 될지 또 얼마나 제대로 된 것일지 의심 먼저 고개를 쳐든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똑바로 했다고 소문이 날까? 개인적으로는 명예훼손 같으면 곧바로 사법처리 들어가서 고소장 접수해라-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건 유저로서의 판단이지 포탈의 입장에서는 원성이 자자한(그게 유저 한명이든 천명이든) 글을 그냥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쪽도 서비스업이니까 말이다.
# by | 2009/01/21 13:22 | 세상;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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