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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르의 등장




10월 1일. 아이들의 물장난을 피해 울어대던 작은 고양이는 사람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한 손 위에 오를 정도로 작은 크기였던 녀석은 10월이지만, 여름처럼 더웠던 그 날에 따뜻한 사람의 품을 원했다. 사료를 불려 밥을 주고 깨끗한 물을 주자 앞뒤 분간도 못하고 허겁지겁 사료에 달려들었다. 주린 배를 빵빵하게 할 정도로 많은 사료를 먹은 후에야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길 정도로 녀석은 굶주려 있었다. 그 굶주림과 꼬리와 귀 끝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피부병은 녀석의 길고양이 생활을 짐작케 해주었다. 

슈르는 그날 밤, 내 팔을 베고 골골거리며 잠들었다. 난생 처음 들어본 고양이의 골골거림은 마치 기차통을 삶아먹은 듯한 굉음이었지만, 녀석은 행복에 겨워 내 팔에 꾹꾹이를 해댔다.


그렇게 1kg도 안 나가던 작은 생명체는 지금 5.3kg의 몸무게와 크고 긴 몸을 자랑하며 스스로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자랑한다. 이 녀석 가끔씩 가만히 내 주변에 앉아 나를 바라볼 때를 보면 분명히 자신이 귀엽고 아름답고 멋짐을 알고 있다. 분명히.

by 천기누설 | 2009/06/26 00:57 | 근황; 궁시렁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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