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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꺼기의 찌꺼기

찌꺼기의 찌꺼기


밀물, 썰물처럼 왔다, 다시 오는,
지독한 슬픔. 오열을 억누르고
다시 생각한다. 당신을.
당신의 아픔을.
고통과 고통을 참는 인내를.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폭발한다. 또다시 밀물처럼 썰물처럼.

그가 가고
당신이 오고
가자,
거기에는 너무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2009년 7월 2일, ...

by 천기누설 | 2009/07/17 19:19 | Life sucks | 트랙백 | 덧글(2)

항상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1.5집 - Sophomore Jinx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노래 / 포니캐년(Pony Canyon)
나의 점수 : ★★★★★




그리 불행하지만은 않았었지만
오, 언제나
행복하지만은 않았었다고 말할 수도 있는 거잖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1.5집 '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돼' 중에서



장기하와 얼굴들 이전에 이미 패배주의를 몰고 온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그의 1.5집 소포모어 징크스에는 ‘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돼’라는 비루하고 처절한 제목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20 대 개새끼론과 패배주의는 이미 많이 거론되어 행복론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이제까지의 현실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들던 것은 사회의 성공에 대한 강요도 아니고 획일화의 강요도 아니며 성공과 행복의 동일시도 아닌, 바로 행복의 강요였다.

돈과 사랑, 그리고 행복은 어디서나 빼놓을 수 없는 히트 아이템이었고 성공은 곧 행복이며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인식은 나를 옭아맸다. 당신은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신 인생의 마지막 목표는 행복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행복하고 싶지 않았다. ‘행복하면 소설 같은 거 안 쓰지.’라는 어느 교수님의 말 때문이기도 하고 그 흔하고 지독한 중2병의 말로이기도 했고 지긋지긋한 고질적 마이너병 탓이기도 했다. 끝없는 불행 속에 죽어간 기형도와 커트 코베인을 보며, 요절해버린 천재들을 보며 나도 저들처럼 되리라 마음 먹은 탓도 있었다. 어떤 유치한 이유에서건 나는 행복하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학교에 대한 지독한 분노는 졸업, 아니 수능 시험의 종료와 동시에 행복하지 않은 내 안으로 향했다.

행복의 의무를 져버린 인간은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고통받기 시작했다. 행복해야 한다고 강요하기에 행복하지 않기를 선택한 나는, 행복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행해지기 시작했다. 어째서 행복해야 하는지, 왜 행복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고통받아야 하는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내 안으로 들어온 것은 이 단 한마디 때문이었다. ‘언제나 행복하지만은 않았었다고 말할 수도 있는 거잖아.’ 어떤 사람도 언제나 불행하지는 않고 언제나 행복하지도 않다. 행복 강박관념으로 시달리던 나를 건져준 것은 이 노래 한 소절이었다. 늘 행복하지만은 않아도 된다고 날 토닥거려주던 노래 한 소절이 나를 수렁에서 구해주었다. 스스로가 판 깊은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겨우 노래 한 자락이었다.
 

나는 그리 불행하지도 않고 언제나 행복하지만은 않다고. 나는 별 일 없이 살고 있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세상. 그게 내가 바란 전부였던 것이다.

by 천기누설 | 2009/06/23 17:34 | 세상; 헛소리 | 트랙백 | 덧글(4)

담배는 상온에 오래 두면 맛이 변하는가

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뭘 해야 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이 세가지를 모르며 지내온 날이 벌써 한달이다. 일을 그만둔 게 3월 말이었으니 조금 과장 보태서 딱 한달이라고 말해도 나쁠 건 없겠다. 요새는 생활이 바뀌어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잠이 든다. 지금은 벌써 해가 떴지만, QAF를 틀어놓고 'oh, he's cute!'를 연발해본다. 아, 져스틴은 귀여워. 그나저나 난 브라이언의 저 쪼개진 턱이 정말 싫은데.

그러다 QAF S1 마지막 회를 보다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저 마지막 장면은 몇번을 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정도로 슬프다. 그리고 오늘 스브스의 하우스를 보면서도 느낀건데, 미국 드라마들은 참 뮤직비디오같은 면이 많다. 음악도 많이 깔리고 그 깔린 음악들의 선택도 장난이 아니다. 좀 더 뮤직비디오 같은 감각적인 영상이 많달까. 그에 반해 한국 드라마들은 좀 더 현실에 가까워서 현실도피하기 참 힘들다. 그래서 보기 싫다. 이미 내 현실은 충분히 쓰레기다운데 내가 왜 다른 사람들의 쓰레기를 보고 있어야 하는가? 시궁창같은 현실 구경하는 건 내 삶만으로 그만 됐다.

그러니까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여느때처럼 블랙 잭을 꺼내 한대 피우며 브라이언의 슬픔을 지켜보는데 문득 생각이 나더라.

담배를 뜯어서 상온에 오래두면 맛이 변한다고 하던데. 진짜인가?

마침 두번째 서랍을 열어보니 산지 2~3년은 된, 레종의 크리스마스 버전 담배곽이 있길래 꺼내봤다. 오, 흰 담배종이들이 벌써 색이 변해있군. 얼마나 다를까 두근두근 기대하며 불을 붙여봤지만, 내가 무슨 바리스타나 와인식별가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담배 맛따위 신경쓰지도 않고, 게다가 블랙잭(9.0)을 피고 난 직후라 맛은 커녕 이게 담배인지조차 짐작이 안가더라. 난 맛은 모르겠다! 담배 맛 식별 포기!


그러나저러나 그러고나서 블랙잭을 한대 더 피고 친구에게 받아 어디 쳐박아뒀던 블랙스톤을 피는데, 와 이건 진짜 독하긴 독하구나. 예전에 호프를 필 때는 완전 술에 쩔어있어서 기억도 못했는데. 그것보다야 덜하겠지만, 꽤 그러네.

by 천기누설 | 2009/04/26 07:56 | 근황; 궁시렁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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